[신의 길, 인간의 길]

○ [신의 길 인간의 길] 3부 남태평양의 붉은 십자가

십년지기 2021. 12. 18. 17:19







제 3부. 무남태평양의 붉은 십자가

"우리가 여기서 신나게 즐긴다면 하나님도 기뻐하실 거예요."

런던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소녀가 던진 말이다.

이 나이트클럽은 작년까지만 해도 교회로 사용되던 곳으로 아직도 건물 꼭대기엔 십자가가 달려있다. 지금 런던 시내의 교회들은 리모델링 중이다. 나이트클럽, 아니면 술집으로.. . 그나마 몇 개 남은 교회는 노인들뿐이다.

과거 제국주의 시절 영국은 세계 많은 나라에 기독교 선교사를 파송한 나라다. 그러나 지금은 신부나 목사가 모자라 아프리카나 남태평양 등 영국 식민지였던 나라에서 선교사를 수입하고 있다. 역전된 것이다.

남태평양 바누아투의 타나 섬 역시 영국의 선교사가 파송되었던 곳이다. 이곳 원주민들은 토속신앙에 대한 선교사들의 억압과 폭력을 견디는 과정에서 새로운 메시아를 발견한다. 원주민들은 영국인들이 신의 메시지를 왜곡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토속신앙을 바탕으로 한 진짜 메시아를 만나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선교사들에 의해 새로운 종교가 탄생한 셈이다. 인간이 신을 발견하고 의지하여 종교를 만드는 과정은 각기 다른 것 같지만 유사하다고 말할 수 있다. 현재 많은 영국인들이 어렸을 때 가졌던 기독교 신앙을 버리고, 자신들이 저급한 신앙으로, 말살의 대상으로 여기던 샤머니즘에 다시 심취하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영국과 남태평양의 작은 섬에서 벌어지는 신과 종교에 얽힌 갖가지 사건들을 살펴보면서, 인간이 가지는 원초적인 종교성은 무엇이며 그 종교성을 남에게 전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와 결과를 가지는 행위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