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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 공동 작품, 놀이가 책이 되다
권오진 아빠학교 교장 2014.01.08 11:23:42
» 권규리 단국대 시각디자인과
2008년은 우리 집에 경사가 있는 해이다. 가족이 공동으로 책을 발간했다. 책 표지에는 글은 권오진과 아들 권기범이 적혀있고, 삽화는 권규리, 그리고 표지 크레프트는 아내 박선민으로 적혀있다. 아빠와 아들은 놀이를 만들고, 딸은 250개나 되는 삽화를 그렸고, 아내는 표지를 그렸다. 2007년 10월 경, 출판사에서 전화가 왔다. 함께 책을 내보자는 제의다. 물론 흔쾌히 동의를 하고 사장과 만났다. 이미 방송과 신문, 잡지에 많은 기사를 보아왔기에 당연히 놀이에 관한 책을 내자고 한다. 책의 제목은 ‘아빠놀이학교’라고 하자고 주장을 했다. 집에서의 놀이이지만 많은 놀이를 아빠와 아이가 함께 할 수 있으니 집이 곧 놀이학교라고 말했다. 사장은 일단 가제라고 했지만 더 좋은 이름을 찾지 못하고 결국 그것으로 확정했다.
그러면서 은근히 딸을 한 번 보고 싶어하는 눈치다. 이미 초등학교 때에 행복쿠폰을 만들었고, 문화일보에 칼럼에 삽화를 그린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딸과의 미팅 약속을 하자고 제의를 했더니 좋아한다. 점심을 사겠다고 한다. 집에 와서 딸에 자초지종을 말하니 마지못해서 동의를 한다. 그래서 “네가 가장 가고 싶은 곳을 정해봐”라고 했더니 광화문의 **스파게티집을 추천한다. 일주일 후에 그 곳에서 사장과 편집장과 함께 만났다. 이제 중학교 3학년인 딸을 보더니 그림을 잘 그린다고 칭찬 일색이다. 딸은 부끄러워 현기증이 날 지경인가 보다. 그 곳에서 점심을 맛있게 먹고 신촌의 출판사 사무실로 향했다. 그 곳에 도착하자마자 편집장이 규리에게 한 마디 툭 던진다. “규리야, 너 내 얼굴 그릴 수 있니?” 그러자 규리는 모기만한 소리로 동의한다. 그리고 이내 종이와 연필을 들고, 얼굴을 쓰윽 본다. 1분이 지나자 일필회지로 그린 얼굴이 완성되었다. 즉시 건네주었다. 그러자, 편집장의 ‘똑같애’라는 외마디와 함께 파안대소가 터진다. 주위의 직원들은 즉시 모였고, 덩달아 모두 함박웃음이 터진다. 실제의 모습과 너무 똑 같았으며 더구나 그 특징을 유머스럽게 표현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딸은 편집장이 직접 보는 실전 면접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하여 중3임에도 불구하고 삽화를 그리기로 확정이 되었다. 이제 해가 바뀌고 1월이 되었다. 딸은 아빠가 원고를 주면 매일 거기에 적당한 삽화를 그린다. 그래도 중3과 고등학교 입학 사이이기에 시간이 많아서 다행이었다. 그 해 겨울, 딸은 무려 250개의 삽화를 그렸다.
1월 어느 날, 출판사 사장을 만났다. 그러더니 표지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한다. 그래서 팝업북을 하는 아내를 홍보했다. 그러면서 팝업을 접목시키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그랬더니 흔쾌하게 동의를 한다. 그래서 집에 와서 아내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해보겠다고 한다. 이미 아내는 북아트를 가르치고 있었으며, 한국 북아트협회의 이사를 맡고 있었다. 아내가 북아트를 시작한 것은 5년 정도 된다. 그동안 전업주부로 살던 아내는 무언가를 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있다면 그것을 하라‘ 라고 했다. 아내는 종이를 만지는 일을 좋아했다. 그러더니 뜬금없이 북아트 카테고리에서 팝업북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 그것은 일종의 입체적인 책이라고 보면 된다. 보통의 책이 그냥 평면의 책이라면 팝업북은 우선 입체적이다. 또한 특정한 부분을 만지면 그림이 움직이거나 혹은 숨거나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책을 펴면 악어가 입을 다문 그림이 있다. 그러나 한 부분을 당기면 입이 벌어진다. 또는 토끼의 귀가 좌우로 움직이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런 책은 우선 두껍고 10페이지 전후로 양이 적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해야 함으로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고 또한 움직이는 동선을 예측해야 함으로 치밀함도 필수적이다.
아내는 주제를 무엇으로 할까를 고민한다. 그러더니 규리가 그린 삽화에 주목한다. 어차피 책의 내용이 놀이이고, 삽화 역시 놀이의 표현이니 동일한 컨셉이다. 그 중에서 아내가 주목한 것은 바로 타잔놀이이다. 기범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주로 한 놀이로서 문틀 중간에 올라가서 양발과 양손에 힘을 주고 고정을 하여 버티는 놀이다. 그러면서 환하게 웃는 모습이다. 그 놀이를 베이스로 입체적인 3단 팝업을 완성했다. 그런데 아내가 고민을 토로한다.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알다시피 사진은 평면이다. 그런데 팝업북은 입체를 표현해야 하므로 서로 괴리가 생긴다. 그 문제를 간파한 아내는 제작한 표지용 팝업을 가지고 사진을 찍을 때 꼭 가고 싶다고 한다. 결국, 표지 사진을 찍을 때 아내는 동참을 했고, 최대한 입체적인 표현을 하고자 노력을 하였다. 아쉽지만 아내는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아들의 공동저자 참여는 계약을 하면서 이루어졌다. 그냥 솔직하게 말했다. 놀이는 내가 개발한 것도 많지만 아들이 개발한 것이 더 많다. 그러니 아들의 이름도 표지에 실어달라고 했다. 그러자 사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아들에게 그 소식을 말했더니 별로 감흥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초등학교 5학년이니 말이다. 이 때에 놀이의 숫자는 대략 2,000개 정도 되었다. 그런데 책이 발간 한 후에 놀이를 세어보니 무려 500개의 놀이가 추가 되었다. 그 중에서 1,700개의 놀이가 책에 실렸다. 놀이를 이렇게 많이 모은 이유는 2005년 첫 번째 저서인 ‘아빠의 놀이혁명’이 원인이다. 그 당시에 300개의 놀이 중에서 90개의 놀이를 책에 실었다. 그리고 그 후, 250개의 놀이를 기반으로 놀이를 계속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3년을 모으니 2,000개가 되었다.
그런데 놀이를 계속 모을 수 있는 이유는 아들과의 놀이에 있다. 늘, 집에 오면 아들과 노는데 여기에서 반전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제 초등학교 3~4학년이 되니 이젠 기존의 놀이를 하면 아들이 “아빠, 이 놀이는 이렇게 해요”라고 변형을 시킨다. 그러면 당장 아이의 아이디어로 놀이를 해본다. 물론 100% 재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들의 제안이 있기에 늘 신선한 놀이를 할 수가 있었다. 또한 새로운 놀이는 데이터에 추가를 했다. 그러고 보니 아이와 놀다보니 내가 더 많은 놀이를 배운 듯 하다. 그리고 아빠놀이학교의 원고를 시작할 때 아들에게 놀이를 스스로 만들어보라고 제안을 했다. 아들은 동의했다. 그래서 2,000개의 놀이 목록이 있는 자료를 건냈다. 아들은 매일 새로운 놀이를 구상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면 그것을 제출했다. 그러면 다시 업그레이드를 시킨 후에 다시 자료를 건냈다. 이렇게 일주일마다 새로운 놀이가 추가 되었고, 놀이의 숫자는 점점 많아졌다. 이런 사실을 출판사 사장에게도 이야기를 했다. 결국 아들은 이름뿐이 저자가 아니라 그동안 아빠와 많은 놀이를 했으며 또한 실질적으로 20% 이상의 놀이를 개발하였기에 명실상부한 저자로서 책의 표지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결국 그 해 겨울, 온 가족이 책을 만드느라 서로 바빴다. 하지만 거실에서는 아빠와 아들이 놀고 있으면 아내는 부엌의 식탁에서 표지 작업을 하느라 분주하다. 또한 딸은 자신의 방에서 열심히 삽화를 그리고 있다. 서로 다른 공간에 있지만 한가지 목표를 위하여 서로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가족이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부부를 중심으로 공통의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사는 것이다. 그러면 식구란 무엇인가?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런데 점점 가족이 해체되고 있다. 한지붕 세가족의 형태가 늘어나고 있다. 아빠는 그저 돈만 많이 벌어오는 역할이고, 엄마 역시 맞벌이로 바쁘다. 아이는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해야한다. 그 결과 대화가 없는 가정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사실, 집에서 함께 있어도 서로 할 이야기가 별로 없다. 서로가 바쁘다보니 공통분모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공통분모를 확장시킬 수 있는 노하우와 어느 가정에서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다.
먼저, 여행을 간다면 텐트여행을 하라. 그 작은 공간에서 저절로 대화의 문이 열린다. 아이가 초등학생이라면 등산도 좋다. 우선 300미터 전후의 낮은 산부터 가보자. 끌어주고, 밀어주면서 소통의 문이 저절로 열린다. 금요일 밤에 떠나는 강원도 정동진행 야간열차를 타보자. 낭만과 함께 바다를 볼 수 있어서 좋다. 가족이 모두 음악을 좋아하는 가정이라면 연말에 작은 콘서트를 열어보자. 굳이 돈을 들일 필요는 없다. 주위의 경로당 등에서 해도 좋다. 예술을 하는 가정이라면 사진전이나 혹은 도자기 전시회 등을 열어도 좋다. 마지막으로 주말농장이다. 아이가 3살 이상이라면 매년 해보기를 권한다. 거기에는 사계절의 변화가 있으며 저절로 생태체험을 마음껏 할 수가 있다. 또한 농사를 지으면서 자연의 소중함과 질서를 저절로 배우게 된다. 이것, 저 것 다 하기가 힘들다면 가족이 함께 밥을 먹는 숫자를 늘려보자. 사랑하는 사람과 먹을 수 있는 것이 밥을 먹기이며 그렇지 않으면 체하는 것이 밥먹기다. 바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로 하는 놀이가 바로 밥먹기 놀이란 사실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고도의 정보사회에 접어들었다. 초등학생들 조차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것이 일상화가 되었다. 스마트 폰은 전화다. 첨단 통신기기를 갖고 있으면서 가족간의 대화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결국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인간이며, 문명의 이기가 가족의 결속력을 강화시켜주지는 않는다. 결국 아날로그적 감성의 접근과 발상이 필요하다. 바로 인간성의 회복인 휴머니즘이 필요하다. 어느 집에서나 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
-글:권오진/아빠학교 교장 -삽화:권규리/단국대학교 시각디자인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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