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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공사로 이사 간 단양쑥부쟁이 어디 갔지?

십년지기 2013. 10. 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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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공사로 이사 간 단양쑥부쟁이 어디 갔지?


김정수                                                                                                                  2013.10.04 09:22:55


3년전 여주 자생지 불법훼손돼 제방에 옮겨 심어, 경쟁 취약한데 관리 않고 방치

단양쑥부쟁이 대신 쑥대밭으로, 환경운동가 “공사 영향 정밀조사를"



dan2.jpg » 경기도 여주 강천섬에 2010년 조성된 단양쑥부쟁이 대체 생육지 3곳 가운데 한 곳(왼쪽). 4대강 공사 현장에서 이식했다던 단양쑥부쟁이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마치 불모지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0년 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가 4대강 사업 남한강 공사현장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식물 단양쑥부쟁이를 옮겨 심은 대체 생육지 일부가 잘못된 위치 선정과 관리 부실로 멸종위기종 보전을 위한 제구실을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단양쑥부쟁이는 세계에서 우리 나라에만 자생하는 연보라빛 꽃잎의 2년생 국화과 식물로, 4대강 사업 공사 과정에서 경기도 여주 남한강 주변의 바위늪구비(강천섬)와 도리섬 등에서 대규모 자생지가 발견됐다.

 

단양쑥부쟁이는 특히 4대강 공사 중 도리섬에서 불법 훼손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4대강 사업 착수 이후 처음으로 환경부의 공사중지 명령까지 이끌어낸 4대강 사업 환경 파괴의 상징적 식물이다.
 

dan1.jpg » 강변 모래와 자갈이 많은 곳에 자생하는 멸종위기식물 단양쑥부쟁이가 요즘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지난 1일 <한겨레>가 여주환경운동연합과 함께 단양쑥부쟁이 대체 생육지 4곳을 돌아본 결과, 강천섬에 조성된 3곳 가운데 1곳에서는 1000여평에 이르는 생육지의 절반가량에서 단양쑥부쟁이를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였다.

 

강원도 원주의 남한강과 섬강이 합류하는 지점인 흥원창 지역에 있던 단양쑥부쟁이를 인근 제방에 옮겨 심어 조성한 대체 생육지도 주변에서 침입한 강아지풀, 망초, 쑥, 미국쑥부쟁이 등에 점령당해 단양쑥부쟁이들이 크게 위축돼 있었다.

 

dan3.jpg » 강원도 원주 남한강과 섬강이 합류하는 흥원창 지역의 제방 사면에 2010년 조성한 단양쑥부쟁이 대체 생육지도 주변에서 침입해 들어온 식물들이 무성하게 우거져 있다. 단양쑥부쟁이는 다른 식물과 경쟁하는 여건에서는 살지 못한다.


이들 대체 생육지에서 단양쑥부쟁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것은 대체 생육지를 단양쑥부쟁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형식적으로 조성한데다, 관리마저 제대로 하지 않고 방치한 탓이란 지적이 인다.

 

정민걸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는 “단양쑥부쟁이는 다른 식물과의 경쟁에 취약하기 때문에 다른 식물이 들어오기 어려운 강변의 자갈밭에서 잘 자란다. 단양쑥부쟁이를 보전하려면 다른 식물들이 들어오기 어려운 곳에 대체 생육지를 조성하고, 침입하는 다른 식물들을 제거하는 등 관리를 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하지 않다보니 밀려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강천섬에 있는 대체 생육지 3곳 가운데 잔디밭으로 둘러싸여 다른 식물들의 침입이 어려운 위치에 조성된 2곳은 다른 1곳과 대조적으로 잘 자란 단양쑥부쟁이들이 초가을을 맞아 활짝 꽃을 피워 꽃밭을 이루고 있었다.
 

dan4.jpg » 자생지의 단양쑥부쟁이를 고스란히 살려놓겠다고 큰소리치던 대체 이식지에서 그 모습을 찾기 힘들다.

 

최대 자생지의 하나인 도리섬에서 발견된 단양쑥부쟁이는 애초 생태공원을 조성하려던 사업계획이 바뀌면서 현지 보존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환경 운동가들은 “도리섬 자생지에서도 단양쑥부쟁이들이 망초, 야생 다년초인 새, 쑥, 강아지풀 등 다른 식물들에 빠르게 밀려나고 있다”며 4대강 사업을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단양쑥부쟁이는 주기적 범람에 의해 영양분이 쓸려나가는 강변의 척박한 땅에 적응해왔는데, 4대강 사업에 의한 준설로 주변 강물의 수위가 내려간 것에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 이에 대한 정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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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수  한겨레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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